VINYL6 「1Q84」 1권을 읽고. ※ 「1Q84」 1권에 대한 스포일러를 아주 약하게 담고 있는 글인데 이 정도는 그냥 읽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Q84」 1권을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굉장한 레코드 수집가라는 것이 작품과는 별개로 그를 더 멋스러워 보이게 했다. 처음 읽는 그의 작품으로도, 그리고 글자들과 어색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1Q84」를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 그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적확'한 비유 덕에 읽기에 가속이 붙어 1권을 일주일 만에 독파할 수 있었다. 물론 충분히 시간을 들이기도 했지만 전공서적을 연상케 하는 이토록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 자체가 서른 이후의 내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문학의 끌어당기고 매달리게 하는 힘은 역시 대단하다.. 2023. 5. 29. 책 읽기는 램지 루이스와 함께. 최근 들어 써낸 글들은 다시 읽어봐도 영 재미가 없다. 문단을 하나둘 읽고 나면 머지않아 집중력이 흐트러져 휘적휘적 아래로 스크롤한다. 첨부된 사진이나 좀 훑어보고 남은 활자의 양을 가늠하면서 '많이도 썼네' 하는 생각으로 다시 글목록으로 돌아간다. 2월 말부터 16개의 글을 매주 썼다. 처음엔 그럭저럭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안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기보다는 인터넷 세상에 떠도는 정보와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지점에서 읽을 만한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진 듯하다. 비로소 나의 밑천이 드러났고 이런 식으로는 시간 내어 이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사람을 홀릴 정도로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한다는 것은 지극히 참인 명제다. .. 2023. 5. 22. Stevie Wonder의 첫번째 사운드 트랙 앨범 「Journey Through the Secret Life of Plants」 1979년 발매된 이 앨범은 다큐멘터리 영화 「The Secret Life of Plants」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트랙리스트가 짜여있다. 영화는 동명의 도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화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유튜브에서 손쉽게 검색하여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다른 앨범처럼, 스티비가 직접 작사, 작곡하고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프로듀싱까지 했다.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Power Flower', 'Send One Your Love', 'Outside My Window'를 듣고서는 곧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거나 보관함에 저장할 지도 모른다. 그의 전성기 때 쏟아져 나온 명곡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영화에 잘 어울리도록 덜 부분은 덜어낸 담백한 곡.. 2023. 5. 8. Roy Ayers Ubiquity의 「Vibrations」로 수집을 위한 수집 반성하기 지금까지 바이닐을 200장 정도 모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만큼 수집을 했다고 해서 모든 앨범을 수 회 이상 정주행해본 것도 아니고 아직 제대로 듣지 않은 것도 많다. 어떤 앨범은 비닐로 된 shrink wrapping도 안 뜯은 새 상품이다. 그러다보니 지나가다가 우연히 내가 가지고 있던 앨범의 곡을 들었을 때 이게 누구 노래였는지, 혹은 제목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날 때가 많다. '하 이거 뭐였지... 아 그 사람 노랜데 제목이 기억 안 나네...' 하는 식이다. 심지어 내가 샀던 앨범이라는 것 조차 모를 때도 가끔 있다. 그래서 샤잠으로 음악 검색을 하고 나서야 '아니 나한테 있었던 앨범인데 이런 곡이 있네?' 하는 것이다. 누가 보면 '당연히 알게 되는 것 아니야?' 할 수 있겠지만 제목과 가수를 음.. 2023. 4. 17. 오늘 듣고 싶은 앨범 : Mel Brown의 「Actor of Music」 바이닐 구입을 위해 온/오프라인 샵에서 손품 발품을 팔 때, 위시리스트에 들어가는 앨범의 개수는 실제 구입으로 이어지는 수의 10배는 족히 넘는다. 사고 싶은 것에 비해 실제 구매는 턱없이 적은 것이다. 정해진 예산에 맞추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토너먼트를 돌려야 한다. 이런 경우 우유부단한 나의 선택에 용기를 주는 가이드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내 공간에 채우기 좋은 앨범이니'이다. 언젠간 개인 작업실을 마련하거나 직접 가게를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틀기 좋은 것, 틀고 싶은 것들을 고르는 것이다. 계절, 기상, 손님의 취향(손님이 듣고 싶은 것보다는 손님이 좋아할 만한 것)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역시 공간의 분위기에 맞는 앨범 이어야 한다. 마음속으로 희망.. 2023. 4. 9. 바이닐 처음 사러가던 날 : 샤라웃 투 「모자이크」 2020년 5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레코드 샵이 생겼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그 이름 mosaic. 캬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로고를 뽐내며 오픈을 알린 이곳은 신당동 뒷골목이라는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위치에 터를 잡았다. 세탁소나 교회, 소규모 의류 공장정도만 모여있던 낡은 골목 한가운데 빈티지 레코드 샵이 생겼으니 아마 중구 다산로 주민은 단 한 명도 예상할 수 없는 가장 뜬금없는 점포였을 거다. 오픈 후 한 달 남짓, 샵에 대한 호평이 자자해지자 이전에 주문했던 턴테이블이 일본 어느 항구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나는 궁금함을 못 참고 신당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누비다가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이미 멋쟁이들의 시도 때도 없는 셔터소리로 가득했.. 2023.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