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ie Wonder의 첫번째 사운드 트랙 앨범 「Journey Through the Secret Life of Plants」

심플한 커버 전면

1979년 발매된 이 앨범은 다큐멘터리 영화 「The Secret Life of Plants」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트랙리스트가 짜여있다. 영화는 동명의 도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화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유튜브에서 손쉽게 검색하여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다른 앨범처럼, 스티비가 직접 작사, 작곡하고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프로듀싱까지 했다.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Power Flower', 'Send One Your Love', 'Outside My Window'를 듣고서는 곧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거나 보관함에 저장할 지도 모른다. 그의 전성기 때 쏟아져 나온 명곡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영화에 잘 어울리도록 덜 부분은 덜어낸 담백한 곡들이다. 이 중 'Outside My Window'는 이 앨범의 베스트라고 생각하여 유튜브에서 영화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재생바를 조절해보며 어떤 장면과 함께 재생되었는지 열심히 찾아보기도 했다. 어떤 곡들은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인데 말그대로 영화음악이라 감상용으로 듣기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악기들을 다루면서 음악적인 실험하기를 즐겼던 스티비는 이 작업을 아주 즐겁게 했을 것이다. 그 밖에 'Come back as a flower'는 전 부인인 Syreeta Wright가 목소리를 보탰으며 'Voyage to India'에서는 인도 테마답게 시타르 연주가 곁들여졌다. 

https://youtu.be/-ZAaZY-P77U

Outside My Window

스티비 원더는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생후 6주부터 시각을 잃었기 때문에 그는 정말 아무 것도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영화의 ost를 제작할 수 있었을까? 영화를 조금이라도 재생해보면, 수많은 대자연의 이미지들이 연달아 나오고, 식물의 새싹이 자라나거나 꽃이 피는 과정 등을 타입랩스로 촬영한 컷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시퀀스를 채워주는 트랙들이 이미지와 맞물려 재생되는데 이런 시각적 요소들을 고려한 배경음악까지 맹인인 스티비 원더가 만들어 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사람은 얼마 없지 않을까. 

 

추측해보면, 그의 곁엔 제작된 모든 장면을 최대한 상세하고 정교하게 설명해주는 스태프가 있었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떠오르는 감상을 스티비는 곡으로 만들어 냈을 것이고. 조금 찾아보니 여러 매체에서 실제로 그런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신체적 한계로 '색'이라는 개념조차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그가 이렇게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음악을 어떻게 작곡할 수 있었을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입장에선 감히 이해할 수가 없어 경이로울 뿐이다. 

 

막연히 떠오르는 비결은 그의 긍정적인 마음과 폭발적인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그가 했던 유명한 조크가 있다.

인터뷰어 : "(중략) ... 그런데 시각 장애를 가지지 않고 태어났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스티비 : "그래도 최악은 면한 거잖아요. 흑인으로 태어나는 것 보단 낫죠~"

넉살좋게 저런 멘트를 치면 과연 따라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을 떠도는 유머이기 때문에 저 멘트가 실제로 그가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직접 출연했던 제임스 코든의 카풀 카라오케 에피소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유머 넘치고 웃음을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직접 운전을 하겠다는 스티비 형..

 

또한 상상(imagination)은 음악과 더불어 그가 제일 잘하는 것이겠지. 소통이 가능해졌을 시점부터, 음악보다 더 먼저 해온 것일테니까. 어쩌면 그에게 있어 상상과 음악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상에 떠오른,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것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풀어내고, 그 음악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상상에 대한 믿음도 점점 더 견고해졌을 것이다. 이것이 자양이 되어 그의 숱한 명작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전성기의 스티비 원더 대부분 앨범이 그렇듯, 이 앨범도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나는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Wings앨범과 함께 레코드페어 리빙사 부스에서 데려왔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는데 앨범 커버 하단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점자 인쇄되어있다. 

커버 중앙의 엠보싱 처리된 사각형 그림 아래로, 점자 인쇄를 확인할 수 있다.

⠄⠁⠃⠧ ⠯ ⠔⠎⠊⠙⠑ ⠮ ⠑⠍⠃⠕⠎⠎⠫ ⠎⠟⠥⠜⠑ ⠊⠎ ⠮ ⠳⠞⠇⠔⠑ ⠷ ⠁ ⠋⠇⠪⠻ ⠾ ⠧⠑⠔⠫ ⠇⠂⠧⠑⠎⠲
Above and inside the embossed square is the outline of a flower with veined leaves.
엠보싱 처리된 사각형의 위와 내부에는 잎맥이 있는 꽃의 윤곽이 그려져 있습니다.

⠠⠌⠑⠧⠊⠑ ⠠⠺⠕⠝⠙⠻⠄⠎ ⠄⠚⠳⠗⠝⠑⠽ ⠄⠐⠹ ⠠⠮ ⠠⠎⠑⠉⠗⠑⠞ ⠠⠇⠊⠋⠑ ⠷ ⠠⠰⠏⠇⠁⠝⠞⠎⠲
'Stevie Wonder's Journey Through The Secret Life of Plants'

 

젊은 날의 스티비. 영화 맨 마지막에 영상으로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LP 게이트폴드 커버. 프린팅할 수 있는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스티비 원더도 내가 가장 많은 앨범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최애 앨범은 따로 있으므로 앞으로 차근차근 소개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