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리가도, 이반 콘티! Azymuth의「Telecommunication」과 함께. . .

Azymuth는 브라질 포어로 아지무치라고 발음한다. 아지무치는 주제 호베르투 베트라미(건반), 알렉스 말레이로스(베이스), 이반 콘티(드럼)로 구성된 3인조 브라질 밴드다. 브라질 음악과 재즈-훵크, 일렉트릭 훵크의 화려한 크로스오버를 전세계에 알린 위대한 밴드로 알려져있다. 아쉽게도 프로듀서이자 리더였던 베트라미가 지난 2012년 작고하면서 원년 멤버 3인조로서의 활동은 멈추었다. 그렇지만 남은 두 멤버는 음악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건반 주자의 영입과 함께 콘서트를 기획하거나 Jazz Is Dead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아지무치로서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7일 드럼주자 이반 콘티 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들었다. 이반 콘티는 그의 솔로 작업 외에도 madlib과 함께 앨범을 발표하면서 힙합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블로그 글을 매주 쓰면서 어서 아지무치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런 계기로 소개하여 마음이 무거웠다.
 

왼쪽부터 콘티, 베트라미, 말레이로스

https://youtu.be/4rK0LAYcM58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대표곡 'Last Summer in Rio'. 82년 작.

얼마 전 힐스앤유로파에 대해 얘기했을 때 언급했던 Coastlines의 'Last Summer in Rio' 원곡이 바로 아지무치의 앨범 「Telecommunication」에 수록되어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커피 혹은 맥주를 마시다가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 들으면 그 순간이 비로소 완벽해지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여유롭고 휴식같은 음악이라서, 만약 당신이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사이클을 반복할 때, 한 차례 일을 마친 뒤 찾아올 그 10분 간 틀어두기에도 아주 제격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편한 자세로 앉아 세션과 리듬 하나하나를 느껴가며 긴장한 몸과 마음을 달래보자.
 
같은 앨범에서 'What Price Samba', 'Country Road'도 마찬가지로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다. 'Country Road'에서는 브라질 음악 장르를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는 요소인  '빠라라~ 디라라~'하는 뜻없지만 감미로운 노랫말(스캣?)도 들을 수 있다. A면 마지막 트랙에선 생동감 넘치는 퍼커션 연주와 보코더의 활용으로 훵크와 이국적인 바이브가 교차하는  'May I have this dance?'가 재생된다.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고 두고두고 듣기엔 어려울 수 있어도 만약 내가 프로듀서라면 이 곡의 한 부분을 샘플링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 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곡이다. 그 외에도 퓨전 재즈 매니아라면 귀가 즐거워질 음악으로 가득한 이 앨범은 아지무치 커리어에서 누구나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훌륭한 작품이다.
 
70년대 초 데뷔와 함께 발표해왔던 수많은 작업물을 전부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유난히 아지무치에겐 그들의 연주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수 초마다 과연 바로 다음 마디에선 어떤 연주를 보여줄까?하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힘. 세월과 관계없이 그 힘은 온전히 레코드 안에서 숨죽이고 있다. 한 시대를 열광케했던 거장이 하나 둘 저물어가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반 콘티를 애도하는 가운데, 오늘도 이역만리 먼 땅 외딴 집 스피커에선 아지무치 3인방의 손끝에서 나왔던 생명력이 작은 방을 채우고 있다. 레코드샵에서 아지무치의 이름을 발견한다면 부디 제게 연락을...

저 당시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커버아트.

수수~한 뒷면

이전 주인이 표시해둔 흔적. 아마 마음에 드는 곡이었겠지?..

 
바로 전날에는 아마드 자말(길이 기억될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타계 소식을 들었는데 연이어서 씁쓸한 뉴스가 전해져 많은 뮤지션들과 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들을 애도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있다고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