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로저스와 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

2018년 즈음엔 직장에 틀어 놓을 배경음악을 사운드 클라우드나 믹스 클라우드에서 즐겨 찾곤 했다. 아티스트들의 미공개 곡 중에서도 좋은 작업이 많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각종 라디오나 DJ들의 끝내주는 믹스셋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중 오늘 앨범을 소개하기 위해 하나를 잠깐 꼽아보자면 이것.

Seoul Community Radio · Pute Deluxe Takeover #2 Yann Cavaille & Didi Han

벌써 6년 전이라니. DJ 부스 이외에 3D 디자인 작업으로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얀 카바예와 이제는 너무너무 유명해진 디디한이 퓨트 디럭스(디럭스 서울로 명칭을 바꿨지만, 이제는 소프 서울을 통해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듯하다.)로 뭉쳐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CR)에 남긴 두 번째 믹스셋이다. 느끼한 멘트들이 중간중간 나오긴 하지만 이 믹스가 특히 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순전히 24분 쯤에 들을 수 있는 Sister Sledge의 'Thinking of you' 때문이다. 초반에 나오는 닥터드레의 'Xxplosive'도 너무 좋았지만, 처음 들어본 'Thinking of you'는 정말 충격적으로 마음에 들었었다. 아마 이 때를 계기로 그때그때 유행하던 음악보다 훵크, 디스코 등의 장르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 청량한 곡은 Sister Sledge가 1979년에 발표한 세번째 정규 앨범인 「We are family」의 네 번째 트랙이다. Sister Sledge는 네 자매 Kathie, Debbie, Kim 그리고 Joni Sledge로 이루어진 자매 그룹이며 이 앨범은 디스코 그라피 통틀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그들의 대표 앨범으로 자리 잡았다. 네 보컬 모두 장르에 걸맞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무엇보다 'Thinking of you'를 돋보이게 하고, 2023년의 리스너까지 매료시키는 요소는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의 스타일리시한 기타 연주라는 것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공동 프로듀서이자 나일 로저스의 짝꿍으로 줄곧 함께했던 Bernard Edwards의 베이스 연주도 기타만큼이나 환상적으로 들린다.

좋은 상태의 앨범 커버

뒷면

 
만약 「We are family」라는 앨범 제목을 보고 혹시 떠오르는 곡이 있었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다. 바로 그 곡이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이전까지는 흥겨운 반주와 함께 'We are family'라는 가사를 수 차례 외치는 노래인 줄로만 알고 있었어도, 나일 로저스의 존재감을 인식한 이제부터는 그의 개성넘치는 기타 연주가 가사만큼 잘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 두 곡을 알게 되었을 때 이외의 다른 수록곡들은 꼭 앨범을 실물로 구하게 되면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이닐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위시리스트의 최상단에는 「We Are Family」가 적혀있었고, 정말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홍대 메타복스의 보물창고 벽선반에서 좋은 상태(VG+ ~ EX급)의 재고를 발견하여 집으로 모셔올 수 있었다(실제로 Sister Sledge의 중고 앨범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기분 탓이겠지만 역시 실물 앨범으로 들어보니 79년의 진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첫 번째 트랙인 'He's the greatest dancer'부터, 'Lost in music', B면의 'Easier to love'와 'One more time'로 이어지는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표 디스코의 정수를 맛볼 수 있고, 'Somebody loves me', 'You're a friend to me'와 같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곡도 들을 수 있었다.
https://youtu.be/eBpYgpF1bqQ

어릴 적 TV에서 많이 들어봤었는데 어느 프로그램이었을까...

https://youtu.be/NDN5PD00CpQ

이 정도면 정말 기타치고 싶어서 제작한 앨범 같다.

 
버나드 에드워즈는 줄곧 나일 로저스와 함께 활동하다가 안타깝게 일찍 유명을 달리하였지만 나일 로저스는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기타 연주자로서 거장에 반열에 올라와 있다. 'Good Times', 'Le Freak'으로 대표되는 밴드 Chic의 중심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데이빗 보위의 'Let's Dance', 마돈나의 'Like a Virgin'를 프로듀싱했다. 광적인 EDM 열풍에 신물이 난 다프트 펑크가 그들의 마지막 앨범 「Random Access Memory」를 제작하면서 왜 나일 로저스를 찾았는지 메가 히트곡인 'Get Lucky'를 떠올리면 그의 위상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프트 펑크는 이 앨범으로 다음 해 그래미를 세 차례 수상했고 시간이 흘러 'Get Lucky'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곡으로 평가되는 중이다.

가장 오른쪽에서 신나게 연주 중인 2013년의 나일 로저스. 출처: 빌보드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허슬러'이기도 하다. 디스코 그래피와 작품 활동을 잘 살펴보면 데뷔 이후로 작업의 공백기가 정말 아예 없어 보인다. 작년엔 비욘세가 작년에 발표한 「Renaissance」의 'Cuff it'으로 활약했고 올해엔 무려... 르세라핌이 얼마 전에 공개한 'Unforgiven'의 피처링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에 그의 존재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연주기법(chop chord)은 곡에서 부각되지 않아 아쉬웠다. 아무렴 어떨까, 나이를 잊은 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창작에 매진하는 나일 로저스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다려진다. 나일 로저스와 르세라핌..? 정말 귀하다...

^________________^ (출처: 세계일보)

 
 
그의 기타 연주와 프로듀싱이 마음에 들었다면 아래의 곡들도 Check 해보시길~!
https://youtu.be/b6rKIL70q2o

Norma Jean Wright는 we are family에 백그라운드 보컬로 참여하기도 했다.

https://youtu.be/ftQegDQHIoE

https://youtu.be/_YC3sTbAPcU

1:13 ㅎㅋ..

https://youtu.be/wymXokmuVas

https://youtu.be/yrtWLyp5gLI

나일은 기타 연주로 참여했는데, 이 곡을 듣고 첫 테이크만에 자신의 연주를 끝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