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ill be missed, Bobby Caldwell.

다이나믹 듀오의 '이력서'를 들으면 곧바로 2000년대 중반의 중학생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다. 힙합플레이야에서 국힙 CD를 한창 사모으던 때다. '이력서'는 그들의 1집 「Taxi Driver」의 1번트랙으로, CD를 처음 재생한다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곡이다. 힙합 팬들이라면 익숙할 'and now for my next number, i'd like to return to the classic...'로 시작되는 그 곡으로부터 Dr.노의 Outro를 정주행하고나면 잠깐의 침묵 이후에 보너스 트랙이 시작된다. 'Candy'가 바로 그것인데, 꽤나 심각한 가사를 가졌다. 앨범의 진정한 마지막 트랙이어서 그랬는지, 감수성이 폭발하던 중학생 때 처음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비트가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다듀 1집 자체가 워낙 좋은 앨범이었기 때문에 전체 재생을 밥 먹듯 했었는데 침묵을 이겨내기가 귀찮았지만 제대로 들은 느낌을 내려면 보너스트랙까지 들어야했으니 'Candy'는 그때마다 마지막을 장식했었고 그래서도 더  자연스럽게 기억의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Candy'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 1집(근데 최근 갑자기 왜 3인조가 되었죠..?)에 수록된 곡이라는 것, Bobby Caldwell(바비 콜드웰)의 'What you won't do for love'을 샘플링한 곡이었다는 것을 이후 차례차례 알게되면서 다이나믹 듀오 1집과 'Candy'는 내게 바비 콜드웰이라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멋진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해준 고마운 존재들이라 할 수 있겠다. 

바비 콜드웰. 출처는 디스콕스.

https://youtu.be/n9DmdAwUbxc

「Bobby Caldwell」1978년 작

그를 알게 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역시 그가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었다는 것. 이 충격은 구글을 조금만 뒤적여봐도 나 혼자만 느낀 게 아니라 전세계 음악팬들이 이미 한 번 씩 다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 앨범은 그의 데뷔앨범인데, 당시 매니지먼트는 주 청취자 층이 흑인이었던 소울/알앤비 라디오 스테이션에 백인 가수가 등장하면 차트 성적에 안 좋은 영향을 줄것이라 판단하여 그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감추었다고 전해진다. 같은 맥락에서 앨범 커버에는 실루엣 정도로만 등장시켜 얼굴없는 가수로 데뷔시켰다. 나중에서야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두들 놀라워했고.

 

어쨌거나 데뷔와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두며 「Cat in the hat」, 「Carry on」 등 후속작들이 미국 본토는 물론 일본에서도 크게 성공하면서 전성기를 누린 그였지만, 역시 커리어 상 최고의 히트곡은 'What you won't do for love'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하고, 샘플링에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을 것이다. (whosampled만 봐도 이 한 곡으로만 커버&샘플링 사례가 100곡이 넘고 커리어 전체로따지면 훨씬 넘을 것임...) 

 

그런 그가 지난 3월 14일 우리의 곁을 떠났다. 처음엔 갑작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오랜 기간 항생제 부작용으로 병상에 누워있다가 가족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만나본 적도 없는 먼나라 할아버지의 소식이 씁쓸한 이유는 내가 살아온 절반에 달하는 시간동안 잊을 만하면 귀 속에 들락날락했기 때문일까. 특히나 바이닐을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의 다른 앨범도 찾아듣게 되고, 샵에 업데이트 될 때마다 품절되기 전에 바로바로 구매하려하기도 했고. 레코드 콜렉터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너무너무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듯하다. 이러는 동안 붙은 정이 그래도 작지는 않았나보다.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내가 sns를 통해 팔로우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그를 추모했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음악들을 좋아하면 이런 점이 참 서글퍼진다. 대부분 이미 떠난 아티스트라면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겠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들은 계속해서 하나 둘 지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웨인 쇼터, 몇 달 전에는 가우 코스타의 소식... '이런 멋진 음악을 하는 사람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하고 아쉬워할 때 들려오는 그 사람의 부고는 정말 허무하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다면 더 그렇고...

 

부디, 고통없는 그곳에서 멋진 목소리로 더욱 행복하게 노래하길 !

https://youtu.be/pXQ7yVKdNr8

91년 라이브 영상. 빼어난 외모와 옷태까지...

 

 

 

ps. 역시 나얼은 나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