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른 앨범을 추천하기: Brother Jack McDuff -「Hot Barbeque」

  재즈에서 'Cook'은 악기 연주를 맛깔나게 잘한다는 의미를 가진 슬랭이다. 연주자가 무아지경에 이를 정도로 곡에 심취해 연주하는 모습을 일컫는데도 곧잘 쓰인다. "The band really got cooking after midnight." 과 같이 쓴다. 여기 누군가 'Cookin' as hell'해서 무려  'Hot Barbeque'를 만들어버린 앨범을 소개한다.

"Brother" Jack McDuff(브라더 잭 맥더프) 출처 : Bluenote.com

1965년 프레스티지를 통해 발매했다. 나는 해방촌 웰컴레코즈에서 18년 영국 재발매반을 구입.

하몬드 오르간의 브라더 잭 맥더프와 그의 퀄텟이 선사하는 소울풀한 재즈 한 끼 🍖

 

고전 재즈 혹은 동시대 블루스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하몬드 오르간 사운드엔 듣는 이를 홀리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경험한 적도 없던 60년대에 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 같다. 이 멋진 악기는 1930년대에 처음 만들어져 5-60년대에 한창 전성기를 누렸다. 그 이후엔 무그나 전자 신시사이저 등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사그라든 악기지만 주인만 잘 만났다 하면 곡 내에서 독보적인 음색을 뿜으며 베이스든, 멜로디든 다 소화하며 밥값을 톡톡히 해내곤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rqn4bYFUZU 

하몬드 오르간의 생김새와 연주를 볼 수 있는 영상

만약 이 하몬드 오르간이 오늘의 주인공 잭 맥더프를 만난다? 그러면 오르간이 밥값을 넘어 아예 골든벨을 울려 버리는 것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은 총 7곡으로 약 30분 분량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이자 1번 트랙인 'Hot Barbeque'로 막을 올린다.

https://youtu.be/GLPyIFg0_ug

핫 바베큐!!! 투데이!!!

첫 곡부터 이렇게 활기가 넘치면 어쩌나 싶지만 여기까지가 고기 한 상을 차려두고 여러 사람이 모여 한껏 기대하는 느낌이라면 'Briar Patch'에서는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를 즐기는 장면이, 그리고 마지막 트랙 'The Three Day Thang"에서는 음주가 곁들여져 왁자지껄한 파티가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생동감 있는 바이브를 잘 이어나간다. 물론 'The Party's Over', 'Hippy Dip', 'Cry Me a River'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훈연해낸 고기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쥬시한 트랙들도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다.

https://youtu.be/8VxIXZdfKFw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을 'Cry Me A River' Julie London이 55년에 원곡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편안한 무드에 조금 더 끌리는 편인데 'Hippy Dip'을 제외한 두 곡은 잭 맥더프가 이미 유명한 원곡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리메이크한 곡들이 원곡을 뛰어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어떤 곡이든 그와 그의 오르간이 팔을 걷고 요리하면 조금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이 훌륭한 소울 재즈 앨범의 전곡을 들으면 잭 맥더프 퀄텟이 오르간, 색소폰과 드럼 그리고 기타 주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Breezin'」으로 7-80년대 빌보드와 그래미를 주름잡았던 조지 벤슨(George Benson)이 기타를 연주했다는 것. 흔히들 말하는 '올 라운더'라는 수식어가 제격인 그에 관해서는 다룰 수 있는 얘기가 너무 많은데 일단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이 앨범에서는 어린 나이의 조지 벤슨이 맥더프 사단의 선택을 받아 커리어 초기의 재지한 기타 연주를 곁들인다. 잘 만들어진 요리에 감칠맛 나는 시즈닝을 더하면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는 듯하다. 색소폰에는 Red Holloway가, 드럼에는 Joe Dukes가 합을 더했다. 

1980년의 조지 벤슨. 출처: http://fabioalberti.altervista.org

참고로 잭 맥더프는 이후 프레스티지 레이블에서 나와 블루노트에서도 활동했다. 거기서 훗날 많은 힙합 프로듀서들에게 영감을 준 「Moon Rappin'(1969)」과 같은 걸출한 작품들을 출시했다. 커리어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재즈와 하몬드 오르간에서 벗어나 슈가힐 레코즈에서 「Kisses(1981)」 와 같은 앨범을 내면서 디스코/훵크 장르에서도 활약했다. 이처럼 한 장르에 구속되지 않고 건반 악기와 음악 자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80년대를 지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자신과 함께할 신인을 발굴해내고 왕성하게 활동하며 작품 활동과 투어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그의 다음 작품 「Tobacco Road(1966)」에 수록되어 있는 'The Shadow of Your Smile'을 듣고 처음으로 맥더프에 빠져 앨범을 모으게 되었다. 레코드샵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은 아니기에 발견할 때마다 혹은 재발매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야금야금 구매하는 중인데 아직 구경도 못해본 앨범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 애가 타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이 사람 앨범만큼은 꼭 다 모으고 싶다. 앨범 아트가 정말 예술이어서도 더 그렇다.

이 앨범으로 커버에 맛있는 음식 사진이 있으면 명반일 확률이 높다는 나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답다.

너무 세련됐어

웰컴레코즈의 재즈 크레이트에서 「Hot Barbeque」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사실 다른 앨범과 이걸 두고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지 한참 고민했었다. 이제와서는 그 다른 후보가 무엇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이 앨범을 많이 듣고 아티스트도 좋아하고 있으니 그래도 잘 한 선택이라고 본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소장하게 되어 행복했다. 이 앨범의 라이너노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나중에 <라이너노트 읽기>에서 찬찬히 소개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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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한 앨범은 유튜브에서 전곡의 재생목록을 찾아들을 수 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ElXnQ7YX4E7XCiU-Wg-A0Rr1k5eLBjZI 

Hot Barbeque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 두고 주말이나 여유 있는 휴일 낮 3시 정도에 재생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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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잭 맥더프에 관해 추가적으로 읽어보면 좋은 아티클들이 있어 남겨놓는다. 링크1 링크 2.

https://youtu.be/ivYFzlapYTA

오늘 소개한 퀄텟의 1964년 라이브 공연... 정말 귀하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