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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9

라이너 노트 읽기 02. Duke Pearson -「It Could Only Happen With You」 2008년 무한도전 배드민턴 편에서 잔진의 손에 빨려들 듯 날아온 셔틀콕처럼 나도 모르는 어느 새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봄. 온화해진 날씨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하기 좋은 앨범을 소개하고자 이번 글을 쓴다. Duke Pearson(듀크 피어슨)은 블루노트 레코즈에서 활약한 미국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본명은 원래 Duke가 아닌데, 어릴 적에 피아노를 너무 잘쳐서 듀크 엘링턴의 Duke를 딴 별명으로 불려 이후 활동명으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것치고 피어슨이라는 성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내가 듣기엔 그 홀네임이 아주 멋지게 들린다. 내가 듀크 피어슨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로는 그의 크리스마스 앨범인 「Merry Ole Soul」 .. 2023. 3. 13.
라이너 노트 읽기 01. Quincy Jones -「Big Band Bossa Nova」 20세기 앨범 수집의 또 다른 즐거움은 커버 뒷면의 라이너노트를 읽는 데에 있다. 라이너노트는 평론가, 레이블의 관계자, 혹은 동료 뮤지션의 해당 앨범에 대한 소개, 곡별 코멘트, 해설 및 평론을 담은 글이다. 특히 재즈 앨범이라면 십중팔구 라이너 노트가 실려있으므로 수록된 곡을 감상을 하며 한 번쯤은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시대가 바라보는 해당 앨범에 대한 견해, 구글링으로는 찾아볼 수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아티스트 개인적인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작고한 별들의 이야기라 하여도 그들과의 친밀도를 향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라이너 노트를 눈으로만 읽어보고 따로 곱씹어 본 적은 없었는데 현대음악사에서 어떻게든 이름을 남긴 사람이 쓴 글.. 2023. 2. 20.
바이닐 처음 사러가던 날 : 샤라웃 투 「모자이크」 2020년 5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레코드 샵이 생겼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그 이름 mosaic. 캬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로고를 뽐내며 오픈을 알린 이곳은 신당동 뒷골목이라는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위치에 터를 잡았다. 세탁소나 교회, 소규모 의류 공장정도만 모여있던 낡은 골목 한가운데 빈티지 레코드 샵이 생겼으니 아마 중구 다산로 주민은 단 한 명도 예상할 수 없는 가장 뜬금없는 점포였을 거다. 오픈 후 한 달 남짓, 샵에 대한 호평이 자자해지자 이전에 주문했던 턴테이블이 일본 어느 항구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나는 궁금함을 못 참고 신당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누비다가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이미 멋쟁이들의 시도 때도 없는 셔터소리로 가득했.. 2023.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