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유

여러분의 귀여움 사전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 주길 바란다. 딱 여기 모인 분들까지만이다. 유행이 되면 안 된다. 아무튼 주인공은 바로 새다. 새가 생각보다 귀엽다. 이 귀여움 때문에 탐조(birdwatching)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전 세계에 새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비둘기나 참새, 까치, 직박구리에는 매력을 못 느낄 수 있다. 개, 고양이와 달리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새 도감만 하나 사봐도, 아니면 유튜브 새덕후 채널 영상 하나만 봐도 조류를 바라보는 마음이 금세 달라질 수 있다.

 

새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건 바로 새들의 민첩함과 희귀함이다. 우리의 나안으로는 새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포착해 낼 수가 없다. 거울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어보라. 시선을 거울에 고정한다면 우리의 목과 머리가 연속된 동작으로 좌우로 돌아가는 게 잘 보인다. 하지만 새가 고개를 도리질할 때는 왼쪽을 보고 있던 머리가 중간 과정 없이 어느새 오른쪽을 보고 있다. 고개를 언제 돌렸는지조차 모르게 재빠른 움직임을 온몸으로 만들어낸다. 눈을 깜빡이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이 잎사귀, 저 잎사귀 사이를 발발거리며 몰래 지켜보는 사람을 약 올린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정다운 집착이 생기는 순간이다.

 

또 단순히 어떤 종의 절대적인 개체수가 적어서 희귀하다기 보다는 흔한 텃새여도 단순히 보고 싶다고 해서 마냥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희귀하다.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대,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계절, 등장하는 장소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볼 수 있는 새들이 대부분이다. 애써 발견하더라도, 경계심이 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기 일쑤다. 코앞에서 놓치며 점점 커지는 안타까움과 이를 딛고 마침내 목도하게 되는 새. 그때 느껴지는 귀여움은 과장될 수 있어도, 순도 100%의 도파민은 보장할 수 있다.

 

어렵게 찾은 새를 그냥 보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급한대로 핸드폰으로 줌을 당겨서 사진을 찍게 된다. 아쉽게도 나중에 보면 줌이 과해서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려있는 게 부지기수다. 잘 찍힌 사진이어도 입체감이 사라져 발견했을 때의 감동이 덜하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초고화질 새 사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어딘가 모르게 감흥이 떨어진다. 역시 이차원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귀여움이다. 내가 아직 못 본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알량한 마음과 현실에 이런 게 있을까? 하는 의심도 이어진다. 

 

그래서 새는 쌍안경으로 직접 봐야한다. 나만 알고 싶은 귀여운 것은 ‘쌍안경으로 들여다본 새’라고 주장해 본다. 쌍안경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새들은 상상 이상으로 귀엽다. 평소에는 찰흙을 뭉쳐 만든 인형처럼 흐릿한 형체로 보이던 것이 렌즈 안에서 부리, 꼬리깃, 날개깃, 다리가 온전한 생명체로 또렷하게 합쳐지는 순간 ‘헙’하고 멎는 숨을 당해낼 요량이 없다. 보고 싶은 새의 위치를 멀리서 확인하고, 그곳을 쌍안경으로 보면 그 작은 새가 눈앞에서 활기차게 발발거린다.

 

노력 끝에는 손 안에 거머쥐는 게 있어야 한다는 심리와 자랑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나 역시도 나중에는 비싼 카메라 바디와 고급 망원렌즈를 사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쌍안경으로 꿈틀대는 깃털들을 직접 보면서, 귀여움에 감동하는 그 원초적 순간만큼은 언제나 내 탐조에서 빠뜨리고 싶지 않다. 탐조지에서 오감으로 남긴 기억은 사진보다 강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