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반 수영 일기

* 오늘의 목표는 천 자만 쓰기

 

  ⌜반년 수영 일기⌟를 쓰고 나서 약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수영을 못 한다. 고 말하는 것만은 자신 있다. 내게 만족을 못 해서일까. 그래도 어느덧 나는 중급반으로 올라갔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일렬로 헤엄을 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간간이 섞는 것은 폐 깊숙한 곳으로부터 거칠게 뿜어내는 숨뿐이다.

 

  대열의 선두일수록 호흡이나 자세, 지구력 등 종합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업 전 워밍업을 하는 동안 어떤 사람은 눈치를 보다가 스스로 대열의 뒤편에 선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슬금슬금 뒤편으로 가는 사람들에 떠밀려 저도 모르게 앞쪽에 자리한다. 어떤 사람은 항상 맨 앞으로 나선다. 이 대열이 수업에 이상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바로 앞사람의 실력이 부족하면 운동이 안 된다. 앞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 나는 내 속도로만 갔는데도 손끝이 그의 발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면 흐름을 끊고 자세를 무너뜨려 멈춰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 그와의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져버려 후발 주자로서 마음에 조급함이 깃든다. '쫓아가야 한다'에 포커스가 잡히는 순간, 나의 페이스와 균형이 무너진다. 다들 이것을 알고 약속한 것인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실력 순의 대열이 완성되면 강사님은 수업을 시작한다. 

대략 잠영을 하는 나의 모습

  나는 보통 떠밀려 앞쪽으로 가는 편이다. 앞쪽의 상위 그룹에 맞추어 가려하다 보니 여전히 수영을 못한다고 느낀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나름 중급반에서 잠영과 다이빙, 턴도 배웠다. 잠영을 정말 잘하게 되면 25m 레인을 한 번도 고개를 물 밖으로 내밀지 않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반쯤 도달하니 한계가 왔고, 물속에서 웃는 길처럼 불가항력으로 너무 일찍 입을 벌려버렸다. 다이빙을 정말 잘하게 되면 그 자체로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나는 늘 물에 고개를 처박자마자 충격으로 뒤틀린 수경과 벗겨진 수모를 고쳐 썼다. 턴을 정말 잘하게 되면 그야말로 물 위에서 물 흐르듯 레인을 돌 수 있다고 한다. 턴은 사지와 몸통을 움직이는 순서와 타이밍이 중요한데, 나는 몸을 돌리는 와중 같은 쪽의 팔과 발을 내밀며 걷는 사람처럼 고장이 나버렸다. 

 

  선두에 서는 학생들은 강사님의 합격 목걸이를 받으면 그다음 달에 중상급 레인으로 월반한다. 뒤에선 등 떠밀려서, 동시에 앞자리는 비는 바람에 얼떨결에 나는 선두권에 진출하게 된다. 그런데도 웃긴 점은 거기에 몸이 맞추어진다는 것이다. 숨이 멎을 듯 힘들다가도 그 결과 숨통이 더 커지는 듯하고 상하체가 더 발달하는 슈퍼마리오 같은 기분. 센터 바깥으로 나오면 몸은 무겁지만 나 자신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어제보다 나은 사람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성취감. 예상하지 못한 강사님의 단비같은 칭찬. 그런 것들이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티끌이라도 앞서는 순간, 이른 아침 기꺼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https://youtu.be/hnqhwgDGqbQ?si=k0TfqthGbqv-505u

Sam Evian - Life Go 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