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오피니언(8)

 

  지난주 와룡 공원. 멀리서 회색 빛의 러시안 블루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품종묘가 왜 돌아다닐까. 야생의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것 같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았을까, 도망쳐 나왔을까. 어느 쪽이건 인간의 집에서 살다 나온 녀석이라면 뒤늦게 울타리 바깥의 생활에 적응하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 싶었다. 살짝 거리를 좁히니 무성해진 철쭉 가지들 사이로 달음박질.
  그러다 그저께 또 녀석을 보았다. 이번엔 스스로 보금자리라고 선언한 듯한 곳에 고고하게 앉아있었다. 그래서 편한 마음이었는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줌 없이도 그럭저럭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자세히 보니 이 녀석 회색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 같았다. 꼬리 전체에 은은하게 스트릿 느낌 물씬 나는 검은 줄무늬가 섞여있었다. 옳거니, 지난 혹한을 버텨낸 동네 회색 얼룩무늬 고양이를 부모로 둔 녀석이겠구나. 난 측근이 아니면 연민의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도 많고 기본적으로 대부분 가엾다고 생각하니까 살기 참 좋을 것이다. 그저 때때로 마주치길 기대한다.


 
6월 17일 월요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0787

[사설]한동훈, 총선평가와 미래 비전 내놔야 대표 도전 명분 있다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제시해야한다는 얼핏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걸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 정도 대답하는 건 본인입장에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내용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글의 구조가 왠지 사설의 정석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져와봤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0782

오세훈 “대선출마 여부 50대50… 주적은 이재명”[월요 초대석]

  빛이 들면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있듯이.. 추진하는 정책의 명암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적’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그렇지만 인터뷰를 읽어보고 나서는 이 사람이 정치와 서울시에 20년이 넘도록 이만큼 열과 성을 다 하는 사람이라, 왜 그렇게까지 표현하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민감한 질문은 방어를 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태도도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개최한 쉬엄쉬엄 레이스 등 다양한 행사에서 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행보를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게시하여 홍보한다. 전시행정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젠 개인 미디어가 스스로를 감시하는 역할도 하기에 적어도 본인 계정에 외친 일에 대해선 지금까지 민첩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앞으로는 복지와 관심의 사각지대도 꼼꼼히 살피고 누군가는 해야했던 묵은 과제까지 혁파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면 그가 원하는 오세훈 주니어가 나오고 본인은 더 큰 일을 하게 될지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70777

“변기의 곡선미를 보라”… 더러운 것의 아름다움 찾아내기[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언제나 골똘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는. 제일 변태같은건 이틀 뒤 또 장문의 글을 써서 올리신 것.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7171

[사설] 종부세·상속세 개편, 방향 맞지만 여론 소통이 관건

  이번 주도 참 많이 나온 토픽.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6952

말라카는 이슬람 도시 아니었다…주목받는 '남양의 이슬람화' [김기협의 남양사(南洋史) <16>]

 세계사에 대해 가뜩이나 잼병인데 동남아와 인도양, 이슬람에 관한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수학 공식이나 철학 논문이 아닌데도 어렵다고 느낀 역사들이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도 구경 못한 이슬람과 남양사는 가늠하기 힘든 초월적 거리만큼 흥미로웠던 것 같다.
 
https://naver.me/xLWjnfUK

[여적]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머

 유머는 어려워.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유머는 너무 단순하다고 느끼는 요즘. 빠른 상황 판단으로 순발력있게 재치를 부리는 것은 정말 머리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괜히 코미디언들이 똑똑하다고 하는 게 아니지.
 

6월 18일 화요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40797

[사설] 노인 아닌 노인 400만, 43년 된 연령 기준 이제 바꿔야

 케케묵은 법령에 대한 수정 논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또는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사들이 늘어난다.

6월 19일 수요일
https://naver.me/5XJvly4G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여름엔 그곳이 그립다

 훗날 이렇게 한경신문에 투고한 글들을 엮어 책으로 내실텐데 그 전에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것도 생각해 보면 행운이다. 뒤늦게 신문을 읽기 시작한 후 얻은 가장 큰 수확 바로 장석주 선생님. 이미 너무나 많은 출판을 하셔서 그의 모든 책을 섭렵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https://naver.me/G1wZTi8L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

고전은 그릇에 담을 것을 찾으려고 읽는 책이 아니라, 그릇을 뽀개기 위해 읽는 책이다. 그릇이 뽀개지고 나야 비로소 새로운 그릇을 만들 수 있다. 그 새로운 그릇은 전과 완전히 다른 새 그릇이 아니라 상처를 통해 더 넓어진 옛 그릇이다. 뽀개진 그릇, 확장된 그릇은 실로 상처투성이다. 긴츠키로 복원한 그릇에 상처가 새겨져 있듯, 고전을 읽고 난 마음에는 상처가 새겨져 있다.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마음이, 새로운 그릇이 탄생한다. 이처럼 고전을 읽는 일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고 가슴 뛰는 일이기도 하고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마치 고래와 같이 거대한 진리가 헤엄치고 있다는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선원의 일처럼.

 

또 하나의 명품같은 글. 글 자체와 메세지가 모두 근사하다. 읽을 책이 너무 많다.
 
 

6월 20일 목요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7984

[신현호의 법과 삶] 삶과 죽음의 질 높이는 재택의료

  재택 임종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던 기사. 공공의대 설립으로 재택의료 공급이 충분히 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적어도 나쁜 꼴 안 보이고 집에서는 죽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쉰 쯤 되면 젊은이보다 어르신들이 더 많아질 테다. 죽음이라고 덮어두지 말고 하루라도 더 빠르게 인간답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6월 21일 금요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8253

왜 ‘생로먹방’에 열광하는가 [문소영의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관객은 비극의 주인공들이 인간적인 나약함으로 유혹에 빠지고 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며 그 죄의 달콤함에 은밀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결국 주인공들이 파멸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나약한 면을 처형하는 듯한 정화의 쾌감을 느낀다. ‘생로병사의 비밀’ 과식·탐식 에피소드들은 이러한 비극의 구조를 매우 닮았다. 물론 주인공들이 파멸하는 대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그리스 비극에서 막판 해결사로 등장하는 기계장치의 신) 같은 의료진의 무시무시한 경고와 질책을 받고 의료진의 처방을 충실히 따라 건강상태를 개선하면서 비극 대신 해피엔딩을 맞지만 말이다.

 

최근 드러나는 사회 현상 탐구 - 인간 본성에 비추어 생각해보기 -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살펴본 원인 - 마지막 마무리.

 

  탁월한 분석으로 정말 흥미롭게 읽은 글이었다. 비슷한 글을 써야 할 때 이 템플릿을 차용한다면 백지 앞에서 막막해지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67987

[안혜리의 시선]"우리 아들만 여기 없다"는 어머니의 울부짖음

  군 뿐만이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나 그 배경이 궁금할 정도로 이상하게 2-30년 전 군대 문화를 추종하는 미운 사람들이 하나둘 있었다. 남녀 모두 해당한다. 어디서 이렇게 못 된 걸 배웠을까 싶은 이런 사람들은 집단 형성 초기에는 권력과 리더십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권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어딘가 잘못되어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곤 했다. 이번에도 기사를 읽으니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999817

[사설] 전기 근로자 정년 폐지한 한전…전력망 확충도 속도 내야

  한전은 조 단위 빚을 지고서도 이렇게 남 좋은 일을 한다. 신규 근로자의 유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회의 초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기술직 근로자 정년 폐지의 선례를 앞장서서 남기는 건 팀플에서 조장을 맡는 것처럼 누군가는 해줘야 했을 일일테다. 
 
https://naver.me/IDF2C4gs

[시론] 라인야후 사태의 출발점과 종착점

 이제 아무 신문에서도 라인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발품 들이지 않고 그렇게 됐구나 알 수 있었다. 물론 또 다르게 흘러갈 수 있겠지만.